bertiA - 6. The Flower of the Abyss : 6


  빛이 사라지고, 또 다시 어둠의 공간이 눈 앞에 펼쳐지기 시작했다. 그 푸른 괴물의 빛을 카리나가 어찌 막아내려 할 때에도 있었던 일이었다. 이후, 나는 아잘리 그리고 카리나를 찾으려 하였고, 아잘리는 머지 않은 곳에서 나의 부름에 응답해, 그 모습이 보였으나, 카리나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여기는 어디일 것 같아?" 아잘리가 물었으나, 나도 "아공간의 일종 같은 게 아닐까?" 정도의 성의 없는 대답 이외에는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정확히는 나 역시 그 곳이 어떤 곳인지 알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다만, 적어도, 카리나가 폭발의 열기와 빛을 계속 잘 막아 주었기에, 적어도 저승은 아닐 것 같다는 확신은 들기는 했었다.
  "저 앞에 뭔가 있어!" 그 때, 아잘리가 먼 앞에서 빛나는 무언가를 보며, 내게 외쳤고, 그 때 마침, 나에게도 그 모습이 보였기에, 그 빛을 향해 다가가려 하였다.



  어두운 공간 한 곳에 자리잡은 빛 하나, 그 빛의 근원은 다름 아닌, 사각형의 형상을 이루는 어떤 상이었다. 그 상은 어느 거리 위에 자리잡고 있었을 집의 모습, 그리고 집에 거주하고 있는 어떤 가족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집에는 여인과 어린 소년과 소녀가 자리잡고 있었다, 여인이 소년과 소녀의 어머니였을 것이다. 그런데, 아버지에 해당되는 인물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 상에 비추어지는 모습만으로는 아버지가 없는 가족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수 없었으나, 이전부터 괴물이 떠들어 대던 바가 있어서 그 의미가 그렇게 단순해 보이지는 않아 보였다.
  "아무래도 그런 것 같아." 그 상을 보더니, 아잘리가 내게 말을 건네려 하였다. 그리고, 이어서 내게 이렇게 말을 건네는 것이었다.
  "그 괴물 녀석, 혹은 기욤 장군이 수없이 많은 사람들을 죽였잖아. 그 희생자들 중 한 명이 저 아이들의 아버지일 것 같아. 이외에도 다른 가족들도 있었을 텐데, 녀석이 행한 짓거리에 휘말려서 죽었겠지."
  "그리고, 곧, '높은 존재' 로 환생한 가족들이 돌아올 것이고?" 이에 내가 그렇게 물었고, 아잘리는 당연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답을 대신했다. 그러는 동안, 아잘리는 상의 왼편 근처에서 가슴 아래에 팔짱을 끼며, 상을 지켜보려 하였고, 나는 그런 그의 오른편 옆에 있으면서 그와 함께 상을 지켜보려 하였다.



  상에 비추어진 집의 종 소리가 울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그간 우울해 보이기만 했던 젊은 여인의 표정이 밝아지기 시작했다. 이후, 여인은 현관문 쪽으로 걸어 나아가기 시작했으며, 그를 마주보며 앉아있던 어린 소년과 소녀도 자신의 어머니를 따라 현관문 쪽으로 뛰어가려 하였다.
  "Qu'est-ce que c'est? (이것들은 뭐죠?)"
  현관문 바깥에서 여인과 그 가족들을 기다리고 있던 이는 검은 제복 차림을 한 남성으로 갑옷에 투구 차림을 하고 있어서 외견이 어떠했는지는 알 수 없었다. 눈 부분에는 틈이 있었으며, 그 틈에서 남자가 말을 할 떄마다 푸른 빛이 뿜어 나오고 있었다. 남자, 제국의 군인은 양 손에 하나씩 가방을 들고 있었으며, 가방의 앞쪽에는 울타리의 망 같은 것이 자리잡고 있었고, 그 망이 문 역할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이동식 동물장이야." 그 모습을 보자마자 아잘리가 바로 내게 그것이 무엇인지를 알렸다. 나도 그 가방이 주로 동물의 새끼들을 옮길 때 쓰이는 이동장임을 알고 있었기에, 딱히 큰 반응을 보이거나 하지는 않았다. 군인은 이동장을 양손에 하나씩 들고 있으면서 여인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Voici votre famille. Votre mari et vos deux fils sont tous de retour comme ça. (당신의 가족입니다. 당신의 남편, 그리고 두 아들들, 모두가 이렇게 다시 돌아오게 됐습니다)"

  "가족이라고? 그게 무슨......!" 그 때,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던 아잘리가 바로 발끈하면서 말했다. 아무래도 이동장에 들어있을 작은 동물들을 전해 준 의미가 무엇인지 짐작을 해낸 것 같았다. 그러는 동안 나는 그런 아잘리의 옆에서 가만히 상에 비추어지는 모습을 지켜볼 따름이었다.

  이후, 젊은 군인이 쓴 투구의 우측에 자리잡은 장치가 푸른 빛을 깜박이더니, 각 이동장의 그물형 문이 열리기 시작했고, 각각의 문에서 동물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고양이들이었다. 오른손의 이동장에서는 하얀 바탕에 검은 무늬들이 그려진 듯한 털을 가진 조금 큰 체격의 고양이가, 그리고 왼손의 이동장에는 손바닥 크기를 겨우 벗어난 새끼 고양이들, 갈색 털에 줄무늬들이 나란히 자리잡은 이와 회색 털에 검은 줄무늬들이 자리잡은 이가 나오고 있는 것이었다.
  고양이들이 나오자마자, 우선 소년과 소녀가 새끼 고양이들을 하나씩 끌어 안았으며, 여인은 그런 두 아이들의 모습을 지켜보다가 자신과 아이들을 둘러보려 하는 고양이의 모습을 조용히 지켜보려 하였다. 군인은 그런 여인에게 그 고양이들에 대해 설명하려 하였다.
  "Son époux, Charles, et leurs deux fils, Jean et Pierre, étaient les principaux responsables de une affaire d'insurrection survenue trois mois auparavant et avaient été punis par l'Empereur. Cependant, ils furent réhabilités et rentrèrent chez eux, transformés en êtres plus nobles encore, sous la bénédiction bienveillante de Sa Majesté. (부인의 남편, 샤를 그리고 두 아들인 장과 피에르는 지난 3 개월 전에 발생한 반란 사건의 주범들로서 황제 폐하의 신벌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자비로운 폐하의 가호 아래에 더욱 고귀한 존재로서 부활하여 집으로 돌아오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어서 여인에게 이렇게 말을 건네었다.
  "Elles sont toutes devenues supérieures à vous, et j'espère que vous prendrez soin d'elles comme leurs diaconesses, et si vous le souhaitez, je vous ferai toutes renaître en tant qu'êtres nobles. (그들 모두 여러분보다 높은 존재가 되었으니, 그들의 집사로서 그들을 소중히 보살펴주시길 바라겠습니다. 또, 원하신다면, 여러분들 모두 고귀한 존재로서 다시 태어나게 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러니까, 저 고양이들이 여인의 남편 그리고 자식들의 환생이라는 거야?"
  "그렇게 주장하는 것이겠지." 그 광경에, 아잘리가 바로 기가 막히고 어처구니가 없다는 반응을 드러냈고, 내가 그런 그에게 한 마디 말을 붙여 주었다. 그러는 동안 상에서는 여인이 고양이를 안으며, 환한 표정을 지으며, 군인에게 감사의 말을 건네려 하였다.

  "Merci, Monsieur. Veuillez transmettre à Sa Majesté toute ma gratitude pour ce retour, malgré le grand péché de ma famille. (감사합니다. 폐하께 저희 가족이 큰 죄를 지었음에도 돌아오게 되었음에 한 없는 은혜를 느낀다고 전해주세요)"
  "Je vois, Jean, Pierre, maintenant soyons heureux à nouveau. (그렇구나, 오빠들, 이제 다시 행복하게 지내자)"
  그 때, 여인의 딸인 소녀가 새끼 고양이들을 보며, 그렇게 말을 건네기도 하였다.

  "그런데, 큰 고양이도 새끼 고양이 수준인데, 그게 여인의 남편이자, 아이들의 아버지라고? 아르산, 너는 납득이 되냐?"
  황당함,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며, 아잘리가 내게 물었으나, 나 역시 터무니 없다고 생각하는 것은 마찬가지라, 그의 질문에 고개를 젓는 것으로 답을 할 따름이었다. 그 무렵, 고양이들을 분양받고, 행복해 하는 가족들을 보여주는 상 쪽에서 이전과 다른 분위기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기계적이고 악마적인 그런 늙은 여성의 목소리였다.

Charles Bacquere, c’était justement un citoyen impérial. Il a osé commettre le péché éhonté de participer à un rassemblement contre la politique impériale sur un tel sujet et a été condamné.
(샤를 바크르, 그저 그런 제국 신민이었다. 그런 주제에 감히, 제국의 정책에 반대하는 집회에 참석하는 파렴치한 죄악을 저질렀고, 신벌을 받았다)

Cependant, je lui ai permis de renaître en tant qu'être noble en échange du sang et de la chair de ses deux jeunes fils qui ont osé participer à lui.
(그러나, 내가 그 그리고 그의 주장에 감히 찬동한 두 어린 아들들의 피와 살을 대가로 고귀한 존재로 다시 태어나도록 할 것을 허락했으니,)

Ainsi, en tant qu'êtres nobles, ils étaient pour toujours sous la garde des majordomes, du reste de leur famille.
(이렇게 고귀한 존재로서, 남은 가족들이라는 집사들의 보살핌을 영원토록 받게 되었지)

  괴물 혹은 기욤의 목소리였다. 그 목소리를 듣자마자 참으로 기가 막힐 소리로 여기면서 아잘리가 그에게 이렇게 되물었다.
  "Et alors ? Les chats sont-ils nobles ? (그래서? 고양이가 고귀한 존재란 거냐?)"
  "Tu lui as fait accepter un chaton de trois ou quatre mois comme mari ? Tu penses vraiment qu'elle trouverait ça acceptable ? (태어난지 3, 4 개월 정도밖에 안 됐을 새끼 고양이를 여인의 남편으로 받아들이도록 했다고? 그게 그 여인에게 납득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나?)"
  나도 그런 그의 말이 같잖게 들리기는 마찬가지였고, 그러면서 그에게 이렇게 따지는 듯이 물었다. 나도 그렇고, 아잘리 역시 대답은 기대조차 하지 않고 있었다, '그런 어처구니 없는 사고 방식을 갖고 있었구나.' 라는 주장을 드러내는 것이 주 목적이었으니까.

Elle pouvait le comprendre. Non, elle le devrait. Tous les êtres humains, quel que soit leur âge, sont de petits enfants pour les chats.
(그에게도 납득이 될 일이다. 아니, 그는 납득해야지. 모든 인간은 나이를 얼마나 쳐먹었든, 고양이들에게는 어린 아이들이나 마찬가지이니까)

Des créatures incapables de chasser seules, sans griffes ni poils, et qui craignent de saigner, peuvent-elles paraître adultes à ces nobles animaux ?
(스스로의 힘으로는 미물 하나 사냥하지 못하고, 손톱과 털도 없으며, 피 흘리는 것조차 두려워하는 것들이 그 고귀한 생명체에게 어른으로 보이겠나?)

  "Tu dis des choses horribles aux chats. Quel fléau ! (고양이들에게도 끔찍할 소리를 하고 있네, 역질 같은 새끼가!)"
  그러자, 아잘리가 바로 그에게 욕을 퍼 부었으며, 이어서 내가 그에게 이렇게 외쳤다.
  "Tu ramènes de nulle part une sorte de propagande, et tu prétends que ça va marcher ? Même les chats errants sauraient qu'ils ne feraient pas ça, espèce d'idiot ! (어디서 프로파간다 같은 것을 끌고 와서, 그게 통할 것 같다고 하는 거냐? 실상은 저러하지 않을 줄은 도둑 고양이들도 알겠다, 이 멍텅구리야!)"
  하지만, 욕을 하든 말든, 괴물은 자신의 말만 이어가고 있을 따름이었다.

Que vous le juriez ou non, la famille perdue dans le péché est redevenue une créature plus noble, et elle s'en réjouit. Quelle justice !
(너네들이 욕을 하든 말든, 죄를 짓고 죽은 가족이 더욱 고귀한 생명체로 돌아왔고, 그래서 그들은 기뻐하고 있다. 마땅한 일 아닌가?)

Crois-tu vraiment que c'est la vérité ? En vérité, la seule chose qui occupe ton esprit, c'est la soif de sang et de chair.
(그것이 정말로 진리라고 생각하고 있는 건가? 과연, 들은 것이라고는 피와 살에 대한 탐욕밖에 없는 분다우셔)

  그 무렵, 어떤 여자아이의 목소리가 괴물의 말에 반박하는 말을 건네려 하였다. 소리의 목소리였다. 그와 함께 상 역시 전기를 일으키며, 정지했고, 그 상태로 잠시 붉게 깜박였다. 한 동안 붉게 깜박였던 상은 이후, 여인과 소년, 소녀가 모여 앉은 모습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종이 울리고, 여인이 자리에서 일어나, 현관문 쪽으로 걸어가고, 소년과 소녀 역시 그런 여인을 따라갔다. 하지만 이전 때와 달리, 상에 비치는 여인의 모습은 밝지 않았다. 소년과 소녀 역시 뛰어가지 않고, 걸어가고 있을 따름이었다.
  이전에 상이 보여주었던 것과 같이, 현관문 앞에는 이동장들을 들고 있는 제국 군인이 서 있으면서 여인과 가족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여인은 그런 군인을 긴장하면서 맞이하려 하고 있었으며, 소년과 소녀는 그런 여인의 등 뒤에 숨어, 군인의 모습을 조용히 지켜보고 있었다.

Qu'est-ce que c'est?
(이것들은 뭐죠?)

Voici votre famille. Votre mari et vos deux fils sont tous de retour comme ça.
(당신의 가족입니다. 당신의 남편, 그리고 두 아들들, 모두가 이렇게 다시 돌아오게 됐습니다)


Quoi ? Alors, ces chats sont ma famille ?
(예? 저 고양이들이 그렇다면, 저희 가족들이란 말인가요?)

C'est exact, y a-t-il un problème ?
(그렇습니다, 무슨 문제라도?)

  이후, 상에서는 이전 때처럼 이동장이 열리고, 어린 고양이들이 좌우 이동장에서 나오는 모습이 보였다. 남편의 환생이라 여기어졌을 고양이조차 태어난지 3, 4 개월 정도밖에 되지 않았을 어린 고양이였다. 아이들의 환생이라는 작은 고양이는 아예 태어난지 1 달 남짓으로 눈을 겨우 떴을 아주 작은 새끼 고양이로 걸어가는 것조차 간신히 해낼 지경이었다. 제국이란 나라는 이런 새끼 고양이들을 어디선가 주워 와서는 자신들이 희생시킨 가족의 환생임을 멋대로 자칭하고 있던 것이었다.
  "저 고양이들도, 이용당한 것이겠지?" 아잘리가 묻자, 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면서, "당연하지." 라 답했다.
  "새끼 고양이들도 엄마가 있었을 텐데......." 이어서, 아잘리가 그렇게 말을 건네더니, 이어서 나에게 엄마가 따로 있었을 고양이들이 제국 군인들에 의해 엄마에게서 강제로 떨어진 후에 동물 보호소 같은 곳에 갇혀 있다가, 가족 앞에 던져졌을 것이라 추측하는 말을 건네었다.
  "당연히 그랬겠지, 뭐." 이에 나는 아잘리에게 그 군대라면 그러고도 남는다는 식으로 화답했다. 그리고, 건강하지 못한 새끼 고양이들은 '안락사' 라는 미명 하에 참살당했을 것이라 이어 말하기도 했다.

Son époux, Charles, et leurs deux fils, Jean et Pierre, étaient les principaux responsables de une affaire d'insurrection survenue trois mois auparavant et avaient été punis par l'Empereur. Cependant, ils furent réhabilités et rentrèrent chez eux, transformés en êtres plus nobles encore, sous la bénédiction bienveillante de Sa Majesté.
(부인의 남편, 샤를 그리고 두 아들인 장과 피에르는 지난 3 개월 전에 발생한 반란 사건의 주범들로서 황제 폐하의 신벌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자비로운 폐하의 가호 아래에 더욱 고귀한 존재로서 부활하여 집으로 돌아오게 되었습니다)

  그런 통보에 여인은 발 앞에 있는 새끼 고양이를 보며 절망할 따름이었다. 하지만 무장을 한 군인 (왼쪽 허리에 자루를 하나 차고 있었는데, 자루를 뽑으면 빛의 칼날이 나올 것임이 확실해 보였다) 앞에서는 차마 뭐라 말을 꺼내지 못하는 듯해 보였다.

La plupart des humains sont comme des chatons pour les chats. Les êtres incapables de se remonter le moral, encore moins de chasser, et qui ont peur de saigner, sont comme des chatons pour les chats nobles.
(대다수의 인간은 고양이에게는 새끼 고양이나 마찬가지이지요. 사냥은 커녕, 스스로 힘을 내지도 못하고, 피 흘리는 것조차 두려워하는 것들은 고귀한 고양이들에게는 새끼나 다름 없습니다)

Jean et Pierre n'y sont pour rien ! Ils juste étaient juste avec leur père, qu'est-ce qui ne va pas ?
(오빠들에게는 잘못이 없어요! 아빠와 같이 있었을 뿐인데, 그게 뭐가 잘못된 거예요?)

  그 때, 소녀가 어머니의 등 뒤에서 그렇게 항의했다. 그러자, 군인이 왼손을 앞으로 내밀었고, 그러자 소녀가 어머니의 등 뒤에서 마치 염력이라도 걸린 것처럼 군인의 앞으로 끌려나왔다. 그럼에도 여인과 소년은 겁을 먹은 채,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후, 군인은 소녀를 강제로 일으키더니, 왼쪽 허리에 찬 자루를 꺼냈다. 예상대로 자루의 실체는 광검으로, 군인은 붉은 빛으로 이루어진 칼날을 소녀의 목에 가져다 대면서 말을 건네려 하였다. 이전까지는 나름 정중했던 말투도 위협적으로 변했다.

Quelle jolie fille ! Ce regard ne sied pas aux humains. Ce serait bien de renaître en jolie chatte calico ; alors ta mère… non, le majordome, serait content, n'est-ce pas ?
(참으로 예쁘게 생긴 여자아이구나, 이런 외모는 인간에게 어울리지 않아. 예쁜 삼색 고양이로 다시 태어나면 좋을 텐데, 그러면 네 어머니, 아니 집사도 기뻐하겠지?)
  이후, 군인은 소녀를 왼발로 걷어찼고, 이후, 소녀는 여인과 소년이 있는 곳으로 날아가, 세 사람 모두를 쓰러지게 만들었다. 이후, 군인이 그들에게 말했다.

Si vous le souhaitez, je vous laisserai tous retrouver votre dignité. L'Armée Impériale est prêt à nous apporter son soutien, alors n'ayez crainte. Bien sûr, vous devez recouvrer la santé, n'est-ce pas ? Le taux de survie de 25 % doit être respecté.
(원한다면, 너희들도 고귀한 존재로 다시 태어나게 해 주마. 제국군이 얼마든지 지원해 줄 테니, 걱정할 것 없다. 물론, 건강하게 다시 태어나지 않으면 안 되겠지? '생존율 25% 의 법칙' 은 지켜져야 할 테니까)

  "저 일이 있기 3 개월 즈음 전이었던가, 제국 수도에서 집회가 있었어. 당시 제국이 추진하던 전쟁에 반대하는 시위였지. 그 전에도 알레마니아 원정으로 수십년을 끌었는데, 또 전쟁을 한다고 하니, 지쳐간 신민들에게서 불만 소리가 터져 나왔을 거야. 그런데, 제국군은 이런 집회를 '반란' 으로 규정하고, 기욤에게 반란 진압을 명했고, 이에 기욤은 집회 참석자들 및 관계자들 몰살시키고, 그들의 행적까지 말살시키는 것으로 대응했어. 그리고, 제국 곳곳에서 길고양이들, 들고양이들 심지어 살쾡이들의 새끼들까지 잡아 들여서는......."
  "그들의 환생이라고 그들의 가족에게 멋대로 분양시킨 거지?" 그러자 아잘리가 어처구니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소리에게 물었고, 이후, 소리로부터 "그렇다고 할 수 있지." 라 화답하는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후, 내가 소리에게 바로 이렇게 물었다.
  "우리들 사이에서 새끼 고양이들도 이용당했고, 나약한 애들은 참살당했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도 했었어. 소위 '생존율 25% 의 법칙' 에 의한 일이야?"
  "그런 거지." 그러자, 소리가 바로 당연하다는 듯이 화답했다.

  소리에 의하면 기욤과 그 추종자들은 제국 전역에서 길고양이들, 들고양이들을 비롯한 야생동물들의 새끼들을 억지로 어미들에게서 떼어내면서까지 잡아들여, 보호소에 수용했으며, 이후, 사람들이 제국군에 의해 처형될 때마다 그 유족들에게 보호소에서 어린 동물들을 분양해서 '더 높은 존재로 환생했다' 라고 선전했다고 했다. 특히, 고양이의 경우에는 생후 4 개월을 넘기지 않았는데, 사람은 고양이에게는 늙어봐야 생후 4 개월 정도의 어린 아이에 불과하다는 기욤의 철학에 의한 일이었다고 했다.
  이후, 기욤은 루메아 전투에서의 패전에 대한 책임으로 처형당했으나, 그의 뜻을 이어받은 무리가 '마도과학연구소 (Institutum Investigationis Scientiae Sortialis)' 를 설립해, 비슷한 짓을 반복했다고 한다.

  그 후, 또 다른 상이 보이기 시작했다. 한 늙은 여인에게 이전 때처럼 오른손에 이동장을 든, 검은 갑주 차림의 제국 군인이 다가오더니, 이동장의 문이 열리며, 새끼 고양이 세 마리가 여인 쪽으로 뛰쳐 나오는 모습이 보였다.

  "저 여인에게는 남편과 아들, 딸이 있었어. 남편이 제국의 마도과학연구소에서 개발을 추진하고 있었던 PTI (Pe-Te-I, 페테이) 그리고 MSI (eM-eS-I, 에메시) 라는 인공정령군에 대한 이야기라는 '거짓 문서' 를 함부로 열람했다는 이유로 제국군에 의해 체포되었고, 아들과 딸 모두 같이 체포되었지. 그리고 이들 모두는

Homo numquam corrigi potest, et sanguis et caro laboratorio tamquam plasma et cocaina dedicanda sunt ad expiandam pro societate.
사람은 고쳐쓰는 것이 아니며, 사회에 속죄하기 위해 연구소에 피와 살을 플라즈마와 코크스로서 바쳐야 한다.

라는 연구소의 지론 하에 산 채로 살이 찢기면서 죽어갔어. 그리고 연구소는 여인의 집 근처 동물 보호소에서 새끼 고양이들을 이들의 환생이라고 유족인 여인 앞에 데려온 거야."
  소리는 이어서, 제국의 동물 보호소는 더 이상 길 잃은 동물들을 보호하는 곳이 아닌, '환생' 을 위해 준비된 동물들의 거처가 되는 것으로 본래의 존재 의미를 상실했으며, 각지에서 제국군에 의해 살해당한 어미 동물들의 사체들이 제국 영토 곳곳에 널려 있었다는 이야기도 있었음을 밝히기도 했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 동물들을 살해당한 이들의 환생이라고 데려왔지, '더 높은 존재로 다시 태어났다' 운운하면서. 그러면서 실제 영혼들은 물질화시켜서 플라즈마 반응로에서 영원히 고통받도록 했었지."
  "그렇다면, 아들하고 딸은 왜 죽인 거야? 죽일 거면 부인까지 다 죽이던지, 아니면......"
  "죄인의 자식이니까, 당연히 죄인이라 여긴 탓이지." 이후, 아잘리의 물음에 소리가 그렇게 답했다. 이에 아잘리는 다시 한 번 경악하면서 "그러면 느낌 가는 대로 죽인 거잖아!" 라고 외쳤고, 이에 소리의 목소리는 "그런 거지." 라 답할 따름이었다.

  이후, 상은 또 다른 무언가를 보여주기 시작했다. 노을 진 하늘 아래로 어떤 남자가 성벽 위에 올라 선 모습이 보였다. 그 남자의 그림자가 더욱 커지는 동안, 괴물의 목소리가 다시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Cet homme est celui qui a déclenché une guerre qui a semé un grand chaos dans tout l'empire.
(저 남자는 제국 전역에 큰 혼란을 야기한 전쟁을 일으킨 자다)

Il était génétiquement inférieur, subissait fréquemment des épreuves difficiles et avait une espérance de vie très courte.
(유전적으로 열등해, 병치레도 자주 겪었고, 수명도 매우 짧았지)

De ce fait, il était rongé par l'insatisfaction et la colère envers le monde qui l'avait fait naître ainsi.
(그로 인해 자신을 그렇게 태어나게 만든 세상에 대한 불만과 분노로 가득했었다)

C’est cette colère qui a déclenché la guerre, mais il ignorait que seuls les humains pouvaient accepter une telle stupidité.
(그 분노가 전쟁의 원인이 된 것이었지. 허나, 그는 모르고 있었다, 그런 바보 같았던 그를 받아들일 수 있는 이들은 인간 뿐이었던 것을)

  마치, 그 남자는 인간이야말로 그와 같은 불리한 여건을 가진 자를 받아들일 수 있었던 은혜로운 존재였음을 알리는 듯이 말하고 있었다. 그러더니, 곧바로 이런 말을 늘어놓는 것이었다.

L'humanité accepta l'être inférieur, le handicapé de naissance, par compassion. Et, au-delà de son appartenance à la société humaine, il renaquit à la tête d'une organisation.
(인류는 저 열등한 종자, 태어날 때부터 병신을 측은지심으로서 받아들였다. 그리고, 그 자는 인간 사회의 일원을 넘어, 한 조직의 수장으로 거듭났지.

Et, avec la grâce insensée de l'homme, il finit par trahir l'humanité et briser la paix de la société.
(그리고, 인간의 어리석은 은혜를 입은 그 자는 결국 인류를 배신하고, 인간 사회의 평화를 깨뜨렸다)

En acceptant de tels faibles, l'humanité n'avait d'autre choix que de faire preuve de faiblesse et de confusion.
(그런 나약한 것들을 받아들였기에, 인류는 나약함과 혼란을 보여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상은 또 다시 변화했다. 그 상에서는 어떤 길 위의 고양이들을 보여주고 있었다. 중심에는 새끼 고양이가 있었는데, 누군가에 의해 물려 죽었는지, 끔찍한 상처를 입고, 피를 흘리고 있었다. 그 주변에는 성묘들이 둘러싸고 있었다. 털 색이 새끼 고양이와 비슷한 것으로 보아, 이들의 부모였을 것으로 보였으나, 그 부모들은 새끼 고양이를 무심한 듯이 바라보고 있었다.

Regardez les chats : s’il était né chat, ses parents l’auraient déjà dévoré.
(고양이들을 봐라, 그가 고양이로서 태어났다면 부모가 이미 그를 물어죽였을 것이다)

En éliminant ces êtres faibles, ils ont pu préserver leur force et éviter toute confusion.
(그런 나약한 존재를 제거하는 것으로 그들은 혼란 없이, 강함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이다)

Les faibles sont exclus, et seuls les forts s'accaparent tout. Telle est la loi de la nature ! L'humanité a transgressé ces lois et a elle-même péri.
(나약한 자는 배제되고, 오직 강한 자가 모든 것을 독차지한다. 그것이 자연의 법칙! 인류는 그런 자연의 법칙을 위배했고, 그로 인해 스스로 멸망했다)

  이후, 상은 또 다른 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인간들의 시체, 시체에서 흘러내리는 피 그리고 붉은 번개를 뿜어내는 붉은 빛이 이어서 드러나고 있었다.

Cependant, elle s'avère utile même pour les humains qui semblent sans valeur. Leur physique imposant leur confère une masse considérable de chair et de sang.
(허나, 무가치해 보이는 인간에게도 쓸모는 있다. 그 거대한 체격으로 인해 많은 살과 피를 품게 되었다는 것이지)

Ainsi, l'humidité et le sang peuvent produire d'énormes quantités de plasma, de produits chimiques et de matières premières pour la fusion des métaux.
(피의 수분과 살의 성분으로 막대한 양의 플라즈마와 화학물질들 그리고 금속 제련의 원료를 생산할 수 있다는 말이다)

살에서 빼낸 지방은 가공해서 석유로, 그리고 내장은 갈아서 석탄으로 만들었지.

  소리로부터 들은 기욤에 대한 이야기였다. '신의 권리' 라면서 인간의 피와 살을 멋대로 향유하고, 인간에게서 나온 것으로 석탄, 석유를 만들려 했던 존재였다. 그것을 떠올리면서 참으로 그다운 발언이라 여기고 있었다. 더 나아가, 기계의 몸을 얻게 되면서, '인간의 몸은 플라즈마, 코크스 생산 자원 정도일 뿐' 이라는 사고 방식을 덤으로 얻은 것 같다.

  그런 괴물의 목소리가 들려온 직후, 나의 왼편에서 어떤 사람이 걸어오기 시작했다. 낡은 제복 차림을 한 아무렇게 자라난 짧은 머리카락을 가진 젊은 남성으로 그 모습은 지치고 기운 없어 보였다. 그런 그를 아잘리가 처음 발견해서, 내게 알렸고, 그것을 통해 나 역시 그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후, 청년은 상 앞에 조용히 섰고, 그런 청년에게 목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Te voilà enfin ! Maintenant, je vais te montrer des choses amusantes.
(드디어 왔군, 이제 재미있는 것들을 보여주마)

  그 이후, 상은 하나의 무언가를 보여주기 시작했다. 그 상을 통해 수없이 많은 사람들의 청년을 향해 손을 뻗는 모습이 보이고 있었다. 아무것도 입지 않은 그들은 모두 환하게 빛나고 있었으며, 밝은 빛 속에서 그들은 모두 환희에 찬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 모습이 마치, 청년에게 자신들의 곁으로 오라고 부탁을 하는 것처럼 보였다.
  "아르산, 저 모습 보여?"
  "보여." 이후, 아잘리가 묻자, 내가 바로 답했다. 그리고 그에게 이렇게 말했다.
  "저 남자의 옛 동료들 그리고 상관들의 혼이겠지. 그 때, 괴물의 심장이 폭파되면서 그 심장 안에 갇혀 있었을 혼들은 빠져나갔겠지만, 기욤의 추종자라든가, 그런 이들의 혼들을 비롯해 여전히 많은 인간의 혼들이 갇혀 있었을 것이고, 그들이 저런 모습을 보이고 있을 거야. "   그 무렵, 청년은 조심스럽게 자신을 향해 손을 내미는 혼들을 향해 다가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청년 그리고 그 모습을 청년의 뒤에서 지켜보던 나에게 어떤 목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CIIIIIIYYYYHHHHHYÂNAAAAAHHHHHHH!!!!!!!
URI YÂGIYTẞßßßSSSSÂÂÂÂHHHHHHHH!!!!!!

  처음 들린 것은 누군가를 부르는 호칭이었을 것으로, 청년의 이름이었을 것으로 여기어진다. 내가 듣기로는 그 목소리들은 치 (ci), 여나 (yâna) 혹은 혀나 (hyâna) 를 말했고, 둘을 합치면 치여나 (Ciyâna) 혹은 치혀나 (Cihyâna) 가 된다. 누군가를 부르는 말이었을 테니, 해당 단어는 호격 (Wurußï, Vocativus) 이었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호격은 주격 (Yirimßï, Nominativus) 와 동일하지만, 누군가를 부르기 위해 '아 (a, ah)' 를 덧붙이는 경우가 있다면, 그런 경우에는 그의 이름은 치연 (Ciyân) 혹은 치현 (Cihyân) 이 된다.
  이후, 나는 아잘리에게 그의 이름을 어떻게 들었느냐고 물으니, 그 역시 비슷하게 답을 했다. 그리고, 그의 이름이 혹시 '치현 (Cihyân)' 이 아니냐고 묻기도 했다. 그러면서 그 무리의 말은 호격에 '아' 를 덧붙이는 것 같다고 이어 말하기도 했다.

  그렇게 추측을 이어가는 동안, 상 쪽에서는 계속 뭐라 말하는 듯한 목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하지만 여러 사람들의 목소리들이 뒤섞인 탓에 그 무렵에서는 뭐라 말하는지, 그 발음조차 알아들을 수 없었다. 다만, 유난히 튀는 부분이 있어서 그 부분을 들어보자면 이러하다.

NAYANAHHHHH!!!!!! SEZCINIIIIIIIIYYYYYYYHHHHH!!!!

  '나야나? 세지니? 이건 또 뭐야?' 처음에는 두 단어 모두 고유 명사일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다가, 혼들이 지혀나 혹은 지현이라 칭해진 청년을 부르기 위해 자기를 소개하고 있을 것이라 추측하면서 둘 중 하나가 이름일 것으로 추측했고, 그 중에서 '세지니' 가 이름일 것으로 판단했다. 그러면서 호격이 되면 세지니아 (Sezcini-ah) 가 되는 것인가, 하는 생각도 해 보았다.

Tu m'écoutes ? Ta famille aimante, tes collègues, ils sont tous là. Et…
(듣고 있나? 네 사랑하는 가족, 동료들 모두... 전부 여기에 있다. 그리고.....)

  그 무렵, 괴물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사람을 끌어들일 생각을 하고 있었기에, 그 목소리는 이전에 비해 사악한 느낌, 독한 느낌이 덜했다. 하지만 특유의 악마적인 목소리, 기계적이고 다소 여성적인 느낌의 음성만큼은 여전했다. 그 목소리를 들으며, 청년은 영혼들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괴물의 음성이 'et....' 라 말했던 그 순간, 그 영혼들의 형상이 빛과 함께 변화하기 시작했다. 사람의 형상에서 고양이들의 형상으로 변화한 것이다. 그와 함께 괴물의 음성이 이어 말을 건네려 하였다.

Et ils ont tous été réincarnés en êtres supérieurs. Je te permets de renaître ainsi.
(그리고, 그들 모두는 더 높은 존재로 다시 태어났지. 너도 그렇게 다시 태어나게 해 주마)

  그 순간, 갑자기, 그 상이 핏빛을 띠면서 움직임이 끊겼고, 이어서 다른 모습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인간도 고양이도, 다른 동물도 아닌, 핏빛 배경 속에서 해골들이 비명을 지르는 광경들로 변이한 것이었다. 이전까지 청년의 눈 앞에서 보였던 인간의 형상들이 본래는 비명을 지르는 해골들이었을 것임은 더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Adhuc catulos in via tollebas et affirmabas eos esse reincarnationes hominum.
(길바닥에서 새끼 고양이들을 주워다가 사람들의 환생이라고 우기는 짓을 아직도 하고 있었을 줄이야)

  그 때, 어떤 소녀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어디선가 들은 듯한 느낌의 목소리였으나, 변조된 탓에 쉽게 그 실체를 알기는 어려웠다. 이후, 그는 청년에게 이렇게 말을 건네려 하였다.

Cihyânsciy, zcigîmboynîngâsci baro gîbundrlkgesâ zcincyaro gyâggo gyescin gâyeyo. gîmare hyânhokdöscyâsânîn andöyo.

  그리고, 상이 흐트러지다가 사라지는 것과 함께, 소녀의 목소리가 청년에게 이렇게 말을 이어 건네려 하였다.

Zcâhiga gîbundîrl guhädrirlgeyo.
TAIS-TOI! (닥쳐라!)

  그 때, 괴물의 음성이 외치는 목소리가 들렸고, 그와 함께 상이 핏빛으로 물들더니, 그 상에서 핏빛 손들이 뻗어나와, 청년을 덮치기 시작했다. 그 광경을 보며, 나는 무력한 청년이 순식간에 당할 것임을 예상하고, 바로 그를 향해 뛰어가려 하는 그 순간, 괴물의 목소리가 또 다시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Peu importe si tu ne veux pas ! Je te ferai les aimer !
(네가 원치 않더라도 상관 없다! 내가 너를 그들처럼 만들 테니까 말이지!)

  그 목소리를 들으며, 나는 청년의 바로 앞에 이르렀다. 그리고 그를 끌어내려, 그를 향해 손을 뻗으려 하던 그 순간,

Qu'est-ce que c'est que ce regard ? Tu vas résister ?
(뭐지, 그 눈빛은? 반항하겠다는 건가?)

  이라 말하는 괴물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 순간, 청년을 덮치려 하는 듯이 뻗어가던 손도, 나도 모두 멈추었다. 마치, 세상의 모든 것, 청년을 제외한 모든 것이 멈춰버린 것만 같았다. 손을 멈추면서 괴물이 목소리를 내었는데, 힘 없이 자신의 힘에 먹힐 것만 같아 보였던 청년이 저항의 의지나마 드러내는 것을 보면서 놀랐다기보다는 아무래도 흥미를 느껴서 그랬던 것 같아 보였다.

Alors, qu'est-ce que tu vas faire ? Es-tu sûr de pouvoir me battre ?
(그래서 어쩌겠다는 건가? 나를 이겨낼 자신이라도 있나?)

  그로부터 바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Quoi que tu fasses, ta résistance sera vaine ! Rejoins-les ! Atteins leur niveau. Sous ta nouvelle forme, par ta voix, les êtres inférieurs n'auront d'autre choix que d'obéir.
(뭘 하든 너의 저항은 허망할 수밖에 없다! 자, 그들과 함께 하라! 그들처럼 드높은 존재가 되어라. 너의 새로운 모습, 목소리에, 낮은 존재들은 그저 복종할 수밖에 없으리라)
Apprends une nouvelle langue ! Miaou ! Miaou ! Quelle belle langue !?
(새로운 언어를 배울 지어다! 야옹! 야옹! 얼마나 아름다운 언어인가!?)

  그리고서, 괴물은 다시 청년을 향해 손을 뻗기 시작했고, 그 움직임을 포착하자마자 나 역시 청년을 향해 뛰어가려 하였다. 그 때, 청년이 두 손을 앞으로 내밀더니, 두 손에서 하얀 반구체의 형상이 생성되면서 손을 막아냈다. 그 반구체에 부딪친 손들은 빛에 의해 불이 붙기 시작했고, 한 번 불붙은 손들에서 팔을 향해 불이 순식간에 번져나가, 청년을 향해 뻗었던 손들은 모두 불에 태워지고 말았으며, 그 불은 팔들의 근원이었던 상을 향해서도 번져, 상을 물들였던 핏빛 물질 역시 불에 타 버리고 말았다.

그 팔들을 내세우려 하지 마!

  그리고 빛 속에서 드러난 것은 어린 카리나의 모습이었다. 체격 자체는 작았고, 어린 모습이기는 했으나, 옷차림이나 머리 모양은 내가 알던 카리나의 모습과 거의 비슷했다. 그가 언급했던 '죽음의 기사' 가 기억하는 카리나의 모습도 대략 저러했을 것이다.

이 곳을 살았던, 이 곳에 자리잡았던 나라의 일원이었던 이들의 것이야, 너 같은 천박한 것따위에는 어울리지 않아!

MÉCHANT ?! Tu parles de MOI ?!
(천박하다고!? 내가 말인가!?)

  그러자 괴물은 경악에 찬 목소리로 묻는 듯이 외쳤다. 그러자, 어린 카리나가 그에게 외쳤다.

그렇다! 피의 탐욕에 미쳐버려, 극단적인 사상을 가진 무리에 동참하고 있잖아! 그런 게 어떻게 천박하지 않을 수 있지? 그 천박한 존재에 의해 소중히 태어나, 행복하게 살아야만 했었을 이들이 고통스럽게 죽었단 말야! 그리고, 그들 중 일부는 빛을 피해가며, 서럽게 여생을 마쳐야만 했어, 내가 만났던 그 '죽음의 기사' 아저씨처럼!

그 아저씨는 너 같은 것의 먹이가 되어버린 동료들과도 떨어져서, 외롭게 홀로 빛을 피해 살아가야만 했어. 그럼에도 그는 자신의 신세는 상관 없이, 자신과 가까웠던 신병에 대한 소망만을 갖고 있었어, 무사히 위험을 피해 다른 사람들과 함께 안전한 곳으로 떠나, 여생을 보냈기를, 그리고 행복한 새 삶을 살고 있기를 바라고 있었단 말야.

  이후, 상이 하나의 풍경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폐허가 곳곳에 보이는 세상의 한 구석에서 잠시나마 행복하게 삶을 보내고 있었을 군인들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 신병은 아마 머지 않아 죽었을 거야, 네가 불러온 괴물들이 온 세상을 파괴하고 있었을 테니, 평범한 사람이 거기서 목숨을 보전하기는 어려웠겠지. 너와 네 괴물들이 일으킨 재앙이 아니었어도, 그들은 힘겹게 살아갔을 거야. 그런 삶마저 짓밟아버린 게 너희들이라고! 어떻게 너 같은 것을 천박하지 않다고 말할 수 있겠어!?

  그 어린 카리나의 말이 끝나자마자 괴물의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Vous deux, oui, vous n'avez pas réussi. Bande de minables ! En y repensant, je me souviens d'un garçon qui était aussi minable que vous.
(너와 그 녀석은 그래, 그들이 되지 못했지. 참으로 열등한 것 같으니라고. 그러고 보니, 생각났다. 너희들처럼 열등했던 한 녀석 말이지)

Le voilà.
(저기 오는군)

  이후, 어린 카리나의 모습이 사라지고, 나의 왼편 근처로 한 소년이 다가오기 시작했다. 검은색의 짧은 머리카락을 가진 작은 체구의 소년, 하얀 옷 위에 세나의 그것과 비슷한 색의 멜빵 바지 차림을 한 소년이었다. 너무도 작고, 가녀린 모습의 어린 소년은 낯선 것에 대한 두려움이었을 감정을 표정 가득히 드러내며, 천천히 상이 있던 곳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Quelle arrogance.
(건방진 것)

  어느새, 눈 달린 몸체였던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는 상을 향해 소년이 걸어오자마자 상에 비추어지는 괴물의 눈들이 번뜩이면서 괴물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아무것도 몰랐을 그 죄 없었을 소년을 경멸스러움을 드러내는 목소리로 멸칭으로 부르고 있었던 것이다.
  이후, 네모난 상은 어떤 가족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으니, 어떤 성인 남녀와 그들의 자식으로 추정되는 소년 및 소녀가 그들보다도 더욱 어린 소년을 둘러싸고 있었다. 이전부터 세나가 갖고 있었던 그 가족 사진과 거의 똑같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러더니, 상은 평화로운 어떤 집을 보여주더니, 그 집에서 어린 소년이 배낭을 맨 채로 자신의 부모와 헤어지는 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소년의 뒤에는 어떤 가족이 머무르고 있었으니, 아무래도 소년이 집을 떠나, 탈출선에 승선했을 때, 그와 동행하던 부모의 지인 및 그 가족이었으리라.

Malgré l'arrivée de l'heure du destin, ils ne pouvaient se résoudre à abandonner leurs vies futiles, comme n'importe quelle autre bagatelle...
(운명의 시간이 도래했음에도, 그들은 부질 없는 삶에 미련을 놓지 못했다, 여느 하찮은 것들과 마찬가지로....)

  그리고, 상은 자신을 비행선으로 데리고 간, 가족들에 이어 탈출선이라 칭해진 비행선에 탈 준비를 하는 소년의 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소년은 비행선에 타기 전, 고개를 잠시 돌려, 상의 정면 쪽을 주시하려 하였다. 누군가에게 할 말이 있다는 듯이.

Mais, ils comprirent rapidement qu'ils étaient destinés à être des sacrifices pour une nouvelle ère.
(허나, 그들은 곧 깨달았지. 새로운 시대의 제물이 될 운명이란 것을)

  이후, 상은 비행선 내부를 비추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모여 앉아있거나 서 있던 비행선 내부의 한 가운데 즈음에 소년이 서 있었다. 그 모습이 보인지 얼마 지나지 않아, 앞쪽 창가를 빛이 뒤덮기 시작했고, 이어서 모든 창가를 빛이 뒤덮었다. 이에 소년을 보호하던 일가족을 비롯한 모든 사람들이 경악에 찬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지만, 소년은 그저 그 빛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을 따름이었다. 빛을 바라보는 소년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으로 상의 움직임이 멈추었다.

Tout sauf un...
(단 하나를 제외하고는)

  그리고, 상은 잠시 어두워진 후에 하얀 빛으로 가득한 모습을 보여주더니, 그 이후에 황폐해진 땅 위에 쓰러진 어린 아이 같은 것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이후, 상은 아이의 모습을 더욱 자세히 보여주기 시작했다. 땅 위에 엎어진 이, 다름 아닌 이전에 비행선에 탄 이후, '이라 데이 (Ira Dei)' 라 칭해진 재앙을 목도했던 그 소년으로 나, 아잘리 근처에 서 있던 소년과 같은 모습을 가진 이였다. 그리고 잠시 후, 소년의 주변 일대에서 어떤 이들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Invenimus eam! Ecce!
(찾았습니다! 저기 있어요!)
Adhuc vivit!
(아직 살아있군요)

  소녀들의 목소리가 잇따라 울려 퍼지고, 이어서 세 사람이 황무지로 달려오기 시작했다. 앞장서는 이는 내 나이 대의 소녀, 뒤따르는 이는 어린 소녀들이었으며, 모두 가정부의 옷차림, 검은색의 소매가 길고, 치맛단이 긴 검푸른 드레스와 하얀 앞치마로 구성된 옷차림을 하고 있었다.
  이후, 어린 소녀들이 소년을 데리고 어딘가로 떠나가고, 그보다 더 나이 든 소녀가 그런 그들을 뒤따라 가는 것으로 상은 사라졌다.

Il ne méritait pas d'être sacrifié, car il n'était pas comme les autres êtres humains. Il a survécu à la «Ira Dei», puis il a été ressuscité par son propre troupeau maudit. Et…
(애초에 저 아이는 제물이 될 자격이 없었다. 여타 인간과는 다른 존재였기 때문이었지. 신의 분노 이후에도 저 아이는 살아있었고, 이후, 자신의 고향인 저주받은 무리에 의해 거두어졌다. 그리고......)

Et ceux qui, maudits, l'avaient accepté comme membre de leur « famille » renaissaient sous forme de monstres ;
(그리고, 그를 '가족' 으로 받아들인 저주받은 자들은 괴물의 모습으로 다시 태어났다)

Jusqu'à ce qu'ils le trouvent et le tuent, ils devaient vivre comme des monstres.
(그 아이를 찾아 죽이기 전까지는 괴물의 모습으로 살아야 하겠지)

  아마도 세나와 맞서 싸운 적이 있었던 '환수' 들을 지칭하고 있을 것이었다. 그들은 세나를 위협하고 죽이려 하였으나, 이는 올리비아에 의해 세뇌 물질인 '붉은 결정' 이 몸에 박혀 세뇌당한 여파였고, 그 '붉은 결정' 이 빠져나가면서 세나의 환수가 되었던 것. 그랬던 것인데, 괴물은 그런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 '환수' 들이 저주받은 괴물로 다시 태어난 것으로, '소년' 을 죽이기 전까지는 괴물로 살아야 한다고 자기 멋대로 주장을 펼치고 있었던 것이다.

Mais je ne crois pas qu'ils aient retrouvé cet enfant ?
(그 아이를 저들이 발견하지는 못한 것 같은데?)

  이후, 내가 모르는 척하며 묻자, 괴물이 바로 이렇게 외쳤다.

Elle est juste devant toi !
(바로 네 앞에 있지 않은가!)

  그리고, 괴물은 이어서 이렇게 말을 이어갔다.

La « garçon » a ensuite été emmené et laissé ici. Puis elle est revenue et elle est avec vous maintenant !
(그 '소년' 은 이후, 그들에 의해 거두어져, 이 곳을 떠난 것이었다! 그리고, 이 곳으로 돌아와 지금 너희와 함께하고 있는 것이다!)

Elle ne se rend toujours pas compte de la stupidité des gens ici, elle croit qu'ils sont tragiquement morts,
(그는 여전히 이 곳 사람들의 어리석음을 깨닫지 못한 채, 그들은 비극적으로 죽었다고 믿고 있다)

  그러더니, 상이 있던 자리에서 검은 바람이 휘몰아치며, 일행을 덮치려 하던 그 때, 괴물의 분노 어린 음성이 울려 퍼졌다.

À CAUSE DE MOI !!!!
(나 때문이라면서 말이지!!!!)

  이후, 검은 구름이 걷히면서 눈 앞의 풍경은 다시 사당으로 돌아왔다. 그 검은 바람이 어둠의 기운까지 휩쓸어 버렸던 것 같다. 나와 아잘리가 있던 그 앞에는 세나, 카리나가 서 있었으며, 이후, 세니아 그리고 나에티아나가 카리나의 곁으로 돌아오는 모습이 보였다. 그와 더불어 프라에미엘과 그가 지키고 있었을 잔느 공주 그리고 루이즈를 감싸는 빛의 방울들이 괴물이 있던 그 우측으로 돌아오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모두 무사하지요?" 이후, 세나가 뒤쪽, 일행이 있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며 물었고, 세니아가 바로 "무사해!" 라고 답했다. 프라에미엘 역시 자신과 빛 방울들 모두 무사하다고 알리기도 했다.

  이전의 폭발 때문인지, 괴물의 형체는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괴물이 소환해 사당 일대를 뒤덮은 구름의 형태는 변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괴물이 있던 그 뒤쪽 너머의 구름이 이전보다 더욱 어두운 색을 띠고 있어서 괴물의 기운이 여전히 남아있음을 시사하고 있었다. 게다가, 그 구름은 가운데 부분이 구체의 형상을 이루고, 좌우가 날개 같은 모습이라 괴물의 이후 모습을 암시하기까지 했다.
  그렇게 하늘에 드리워진 구름의 일부가 괴물의 잔상과 같은 모습으로 남은 광경을 보면서, 괴물의 기운이 하늘에 남아있는 한, 그리고 괴물이 소환한 구름이 없어지지 않는 한, 괴물의 부활은 언제라도 있을 수 있는 만큼, 대비가 필요했다.
  "녀석은 분명 부활할 거야. 기운이 여전히 남아있어. 적어도, 저 하늘의 구름이 없어지지 않는 한, 부활 가능성은 있다고 봐야 해."
  구름의 어두워진 부분을 가리키며, 내가 말했다.
  "저 너머 구름 중에 검게 보이는 게 있던데, 혹시 그게 괴물인가?" 이후, 카리나가 나처럼 전방 쪽의 검게 보이는 구름을 가리키며 묻는 듯이 말을 건넸다. 이후, 그는 "되살아나 보라고 해!" 라 하더니, 그 전 때에도 거대한 형체들을 드러내며, 일행을 압도하려 했지만, 전혀 그러하지 못하지 않았느냐고 말했다.
  "전생부터 무능해서 막상 싸워야 할 적 앞에서는 제대로 싸우지 못했던 녀석 아냐? 잘 하는 거라고는 만만한 애들, 약자들을 짓밟는 것 뿐이고, 그렇지 않아? 그런 겉만 요란한 녀석은 100 번을 부활한다고 해도, 하나도 무섭지 않으니까, 녀석이 그리 알았으면 좋겠어."
  그 때, 카리나가 말을 마치기 무섭게, 사당 건너편에 생성된 검은 구름 같은 것이 일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둥그런 부분의 위쪽 좌우마다 한 부분씩 눈 모양의 틈이 생기더니, 그 너머로 하얀 빛 같은 것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 부분이 마치 사람의 눈을 묘사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 모습을 보며, 확신할 수 있었다. 그 검은 구름이 바로 괴물의 되살아난 실체였던 것이다.

Je regardais. Vous semblez avoir du flair.
(지켜보고 있었다. 눈치는 대단한 것 같군)

  그러더니, 괴물이 이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Dommage. Je ne pense pas que ça te protégera.
(허나, 안 됐군. 그것이 너희를 지켜주지는 못할 것 같으니)

  이후, 구름이 사당 쪽으로 폭발하든 퍼져 나가면서 걷히기 시작하고, 그로 인해 하나의 거대한 검은 형상이 구름 너머에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마치, 거대한 검은 구체의 양 옆에 구름으로 이루어진 듯한 한 쌍의 거대한 검은 날개가 자리잡은 형상이 잿푸른빛을 띠는 구름들 사이에 조금씩 드러난 듯한 모습을 갖추고 있었으며, 눈에 해당되는 부분은 구름이 완전히 걷혀, 검은 주변 부분에 둘러싸인 채, 하얀 빛을 번뜩이는 모습을 온전하게 드러내고 있었다.

Croyez-vous que ce soit tout ce que j'ai ? Voyez !
(이것이 내 전부인 것 같으냐? 보아라!)

  이후, 괴물의 그 음성과 함께 검은 기운이 하늘을 뒤덮은 암운 전체를 뒤덮으려 하였고, 이어서 붉은 빛을 발하는 선들, 무늬, 문양들이 검은 기운을 바탕 삼아 그려지기 시작했다. 각 문양들 사이로 하나씩 붉은 점 같은 것이 드러나고 있었으며, 각각의 점들은 혈색에 가까운 빛을 은은히 발하고 있었다.
  각각의 반점들은 괴물이 처음 보였던 나무 형상에 자리잡은 반점들과 마찬가지로 광탄, 빛 줄기를 뿜어내기 위해 마련된 장치였을 것이다. 괴물은 두 번의 패배 이후, 공간 전체를 장악한 듯한 힘을 과시하면서 공간 전체가 나를 비롯한 일행의 적이 되었음을 드러내려 하였던 것 같았다.

L'avez-vous vu ? Le ciel tout entier est devenu mon corps.
(보았느냐? 너희들이 바라보는 하늘 전체가 내 육신이 되었다)

Désormais, les âmes errant ici, et la vitalité de toutes les âmes, des esprits et même de toutes les créatures seront mon énergie.
(이제, 이 곳을 떠도는 영혼들을 비롯해 모든 영혼, 영기, 더 나아가 모든 산물의 생기가 내 에너지가 되리라)

  그리고, 붉은 빛이 반점과 문양 그리고 선을 따라 더욱 흉악하게 빛나기 시작할 즈음, 다시 목소리가 들려왔다.

L'énergie reçue de toute chose au monde vaporisera tout sur cette planète,
(온 세상 모든 것으로부터 받은 에너지는 이 행성의 모든 것을 증발시킬 것이다)

Les cris terribles des faibles se transformeront bientôt en beaux cris.
(나약한 것들의 끔찍한 비명은 곧, 아름다운 울음소리로 바뀌겠지.)

L'ère de l'hypocrisie au nom de la raison touche enfin à sa fin !
(이성이란 이름의 위선의 시대가 드디어 막을 내리는구나!)

  "Si le ciel tout entier devenait ton corps, cela signifierait qu'il y a un plafond au-dessus du ciel, n'est-ce pas ? (하늘 전체가 네 몸이 되었다면, 하늘 위에 천장이 생겼다는 것이겠지?)"
  이후, 아잘리가 괴물을 향해 그렇게 말하더니, 이어서, 왼손의 손가락마다 하나씩 푸른 빛들을 생성하더니, 왼팔을 높이 들어 각 손가락에서 실을 생성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실을 하늘 높은 곳으로 뻗으려 하면서 내게 이렇게 외쳤다.
  "아르산! 준비 해!" 그 시점에서 아잘리의 실이 하늘 위로 더 이상 뻗어가지 않고 있었으니, 아니나 다를까, 하늘의 한 지점에 빛을 발하며, 박힌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아잘리가 예상한 대로, 하늘에 괴물의 힘이 드리워지면서 그로 인해 '천장' 이 생성되고, 아잘리의 마력에 의해 생성된 실이 그 '천장' 에 박혀 고정된 것이었다.
  이후, 아잘리가 실을 끌어 천장 쪽으로 올라가려 하자, 그런 아잘리의 오른손을 왼손으로 잡고서, 그와 함께 하늘의 '천장' 쪽으로 올라가려 하였다.
  그렇게 올라가는 동안 '천장' 이 얼마나 가까워지는지를 가늠하려 하였다. 머리카락을 뻗어, '천장' 에 박히도록 하기 위함으로, 머리카락을 충분히 뻗을 수 있겠다, 싶은 때가 되자마자 바로 아잘리의 손을 놓고 떨어지면서 머리카락을 하늘의 '천장' (이후, 천장으로 칭한다) 으로 뻗기 시작했다. 머리카락 다발의 끝을 갈고리 모양으로 만들고, 갈고리 사이에 빛을 생성해 그 빛이 천장에 박히도록 하려 하였다. 그리고 잠시 후, 갈고리가 천장 부근에 닿으면서 빛이 천장에 녹아내리는 듯이 들러붙어 빛의 근원인 머리카락 다발을 천장에 고정시키도록 하였다.
  나와 아잘리 모두 사당의 한 가운데 위쪽 상공의 천장에 자리잡으려 하였으니, 모든 방향의 반점 그리고 문양들을 공평하게 노릴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녀석이 본격적으로 공격을 개시할 즈음에 시작하는 거야! 크게 한 방 먹여주자고!"
  아잘리가 말했다. 그 말에 나는 좋다는 의사를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드러냈다. 그리고서, 사당의 바닥 쪽에 머무르고 있을 이들, 카리나, 세나, 세니아 등의 동태를 지켜보려 하였다.

  한편, 카리나는 그 어느 때보다도 앞장서서 괴물과 대면하고 있었다. 그리고 두 눈을 부릅뜬 채로 온 몸에 붉은 반점들을 생성해 가는 괴물을 응시하고 있었다. 이후, 카리나가 하얀 빛으로 이루어진 방패를 왼팔에서 생성하려 할 무렵, 검은 바람이 괴물의 몸에서부터 발산되어, 사당의 바닥 일대를 휩쓸기 시작했다.

Maintenant, laissez-moi vous montrer ma force pour de bon.
(자, 이제 본격적으로 나의 힘을 보여주지)

Vous goûterez à la force des vaillants guerriers qui ont reçu ma force !
(나의 힘을 받은 강인한 전사들의 힘을 맛 보도록 해라!)

  그러더니, 잠시 후에 사당의 북쪽 가장자리에 크고 작은 여러 붉은 마법진들이 생성되더니, 각각의 마법진마다 하나씩 흉악한 빛 기둥이 생성되었다. 각각의 빛 기둥에서는 하나씩 검은 형상들이 나타나고 있었다.

  '저 개체는 분명......!'
  소환되어 오는 검은 무리를 보자마자, 나는 그것들을 바로 알아볼 수 있었다. 하미시에 있을 무렵, 갑자기 알 수 없는 어딘가로 소환되었을 때에 마주했던 마법사 형상의 개체였다. 그 때와 같은 검은 로브를 입고, 검은 뿔 모자를 쓴 모습을 보인 이들로 모자 아래의 동그란 얼굴들에서도 그 때의 그것과 마찬가지로 핏빛과도 같은 두 눈을 번뜩이고 있었으며, 소매 사이로 뼈와도 같은 금속 손들을 드러내고 있었다, 이들 중 앞장서는 큰 개체들은 오른손에 검은색을 띠는 지팡이를 들고 있었으나, 다른 이들은 그런 모습을 보이거나 하지는 않고 있었다.
  이들은 소환되자마자 바로 세 사람을 향해 돌격해 오기 시작했다. 그들의 우선적인 공격 대상은 빛의 방패를 든 카리나였다. 아무래도 방패의 하얀 빛에 바로 주목하려 한 것 같았다. 앞장서 돌격해 오는 이는 지팡이를 든 이들로 이들은 각각의 지팡이 끝마다 하나씩 붉은 빛이 생성되도록 하고서, 카리나의 방패 앞으로 다가가려 하였다.
  그 때, 카리나를 대신해 세니아가 주황빛을 띠며 타오르는 불꽃에 감싸이는 검을 오른손에 들고, 마법사들을 향해 달려들려 하였다. 수비 역할을 맡은 카리나가 돌격해 오는 마법사들의 공격을 막아내는 동안, 세니아가 그들을 공격할 것처럼 보였고, 그 마법사들도 그리 생각했을 것이다.
  세니아는 마법사들을 공격할 것처럼 서 있더니, 잠시 후, 그들의 머리를 뛰어넘었다. 그리고, 그들의 뒤에서 마법 사용을 준비하고 있었을 다섯 마법사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들은 막 주문의 영창을 행하고 있던 터이고, 다른 공격 수단 자체가 없던지라, 세니아가 그들 앞에 서 있던 시점에서는 무방비나 다름 없었다.
  세니아는 화염에 휩싸인 칼날로 우선 가운데에 서 있던 마법사의 로브를 베니, 베인 자리에서 화염이 격렬히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어둠의 기운이 빛의 기운에 반응하면서 그로 인해 불길이 일어나기 시작한 것. 이후, 마법사는 베인 자국에서부터 번져가는 불에 휩싸였으며, 그 모습을 본 마법사들은 다급히 뒤로 도망치려 하였다.
  그러는 동안, 카리나는 앞장서던 마법사들의 공격에 방패에 빛의 기운을 더욱 거세게 끌어 모았으며, 그렇게 모인 빛이 먼저 그에게 다가온 마법사의 로브에 닿았다. 빛이 로브에 닿자마자 로브에 불이 붙기 시작했고, 그 붉은 불은 이윽고, 그의 두 팔을 감싸기 시작했다. 로브는 불길에 휩싸였으나, 마법사의 금속 몸체는 견딜 수 있는 것 같았다. 불길에 휩싸인 채로 카리나의 방패를 손으로 치려 하였다.

  그렇게 카리나, 세니아가 마법사들과 대치하고 있을 무렵, 괴물은 자신의 몸체 곳곳에 반점을 생성하고, 하늘에 자리잡은 자신의 반점들이 붉게 빛나도록 하기 시작했다. 본격적인 공격 준비를 행하려 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 광경을 보면서, 때가 됐다, 싶어 아잘리에게 뭔가 말하려 하는데, 그 때, 괴물에게서 나를 향한 목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Quelle pendaison affreuse !
(참으로 꼴사납게 매달려 있구나!)

  그러더니, 나와 아잘리에게 이렇게 말했다.

J'étais occupé à surveiller les gars au sol, alors vous pensiez que je ne vous regarderais pas ? Je vous ai tous surveillés !
(지금까지 땅바닥 녀석들에게 신경쓰느라, 너희들따위 쳐다보지 않을 줄 알았나? 다 보고 있었노라!)

Je vais bientôt vous montrer ce qu'est le terminent ces absurdités, soyez prêts !
(그 허튼 수작의 끝이 무엇인지 알려주마, 각오해라!)

  이후, 괴물이 위치한 건너편에서 한 무리의 병기들이 날아오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마치, 검은 벌레 떼, 검은 새 떼가 날아오는 듯한 광경을 보이더니, 이윽고, 그들은 가속해 가며, 내가 있는 일대로 날아왔으며, 괴물과 나, 아잘리를 마치, 사냥감을 노리는 맹금 무리마냥 둘러싸며, 나를 위협하려 하고 있었다.
  "잘 됐어, 아르산!" 하지만 아잘리는 오히려 그것을 좋은 기회가 됐다고 여긴 듯해 보였다.
  사실, 아잘리가 무슨 일을 하려는지는 이미 짐작해서 알고 있었다, 나 역시 그런 구상을 하기도 했기에, 더욱 잘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러다, 그런 일을 행할 구실을 어떻게든 마련하려 했는데, 괴물이 마침 그 명분을 제공해 주었다고 여긴 것 같았다.
  "녀석이 좋은 유희 거리를 던져준 것 같더라."
  그러더니, 오른손으로 소정령 비스무리한 것 (이후, 소정령으로 칭한다) 을 소환하더니, 그 손으로 총포를 들고서, "크게 한탕 해 보자고!" 라 외치면서 시계 방향으로 회전을 시도하려 하였다. 그 모습을 보자마자, 나 역시 그를 등지며, 시계 방향으로의 회전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이후, 괴물이 소환한 전투정 그리고 소형 전투기들이 붉은 빛을 뿜기 시작하자,

Nous allons toi montrer ce qu'est le terminent ces absurdités, sois prêts !
(허튼 수작의 끝이 무엇인지는 우리가 가르쳐 줄 거다, 각오해라!)

  라는, 아잘리의 외침과 함께, 아잘리가 줄에 의지해, '천장' 에 매달린 채, 회전하면서 총포를 발사, 광탄들이 여러 방향으로 흩날리며, 전투정들 그리고 전투기들을 향해 날아가도록 하면서, 소정령 역시 하늘색, 푸른색 빛을 발하는 칼날 모양의 광탄들을 난사하며, 자신을 둘러싸고 있었을 괴물 본체의 장치들과 병기들을 향해 광탄들이 날아가도록 하였다.
  나 역시 왼손으로 머리카락 다발을 잡은 채, 회전을 거듭하면서 오른손에 빛의 기운을 생성하고서, 나의 곁에 머무르던 하얀 빛의 기운과 함께 광탄들, 그리고 곡선을 그리는 하얀 빛 줄기들을 발사하면서 병기들에 타격을 가하려 하였다. 처음에는 그리하였다가, 나중에는 아예 손에서 하얀 빛 줄기를 분출해, 그 빛 줄기로 주변 일대를 쓸어버리려 하기도 했다.
  아잘리 그리고 내가 불러오는 광탄, 빛 줄기 무리가 지나가는 자리마다 병기들이 폭파되어 생기는 붉은 열기가 피어오르는 광경이 보였다. 아잘리가 그야말로 작정했는지, 발사되는 광탄의 빛은 여느 때보다 더욱 강렬했고, 그 외관에 걸맞게 위력을 내어, 명중되는 광탄마다 전투정, 전투기의 장갑을 뚫어 그 내부에 열기와 폭풍을 일으켰으며, 심지어 일부는 전투기의 장갑을 아예 궤뚫어버리기도 하고 있었다.
  더욱 놀라웠던 것은 당시의 아잘리가 유도 수단도 없이, 광탄, 빛 줄기들을 난사하는 것처럼 보였고, 그래서 반 이상은 빗나갈 것 같아 보였는데, 그 난사된 것 같은 광탄들 중 대부분이 병기들의 몸뚱아리에 정확히 명중해, 그들의 몸체에 실제로 타격을 가했다는 것이다.
  '마구 쏘아대는 줄 알았는데......' 그 때, 내가 감탄해서 했던 말이었다. 처음에는 칼날 모양의 광탄들만 발사했지만, 이후에는 광선, 부딪치면 폭발하는 특성을 가지는 한 번씩 발사했으며, 다수의 작은 광탄들을 여러 방향으로 흩뿌리는 광탄을 발사해, 자신을 향해 몰려오는 인간형 병기들을 그 흩뿌려지는 광탄으로 한꺼번에 폭파시키는 모습도 보이고는 했었다.

  그 회전을 방해하려는 듯이 소형 전투기들이 나와 아잘리의 근처로 몰려왔고, 이들이 붉은 광탄들을 발사해 가며, 실을 끊으려 하였다. 그러자, 아잘리가 스스로 실을 끊어내더니, 괴물의 등 한 구석으로 실을 뻗어, 그 실이 괴물의 등에 박히도록 하였다. 구름의 모습을 보이기는 했지만, 그 안에 기계 몸이 숨어 있었을 것이고, 그것에 실이 박힌 것. 이후, 거꾸로 매달린 채, 아잘리는 총포와 소정령을 통해 광탄, 광선들을 발사해 가며, 자신을 쫓은 이들을 비롯한 전투기들을 격추시켜 갔으며, 이후로도 괴물의 몸체 그리고 하늘의 '천장' 을 오가는 것으로 기계 병기들의 광탄, 광선 공격들을 피해 가면서 적들을 격추시켜 갔다. (일부러 병기들을 괴물의 몸체 쪽으로 유도해, 괴물의 몸체를 본의 아니게 공격하도록 하기도 한 적도 있었던 것 같다)
  나 역시 머리카락 다발을 되돌리고서, 하늘의 '천장' 여러 곳으로 하나씩, 머리카락 다발에서 생성된 갈고리를 통해 이동, 나를 쫓아오려 하는 전투기들, 인간형 병기들의 총포 등에서 발사되는 미사일, 광탄들을 피해 가면서 그들을 상대해 갔고, 이들을 하나둘씩 타격해, 격추, 격파시켜 갔다.

  마지막으로 괴물을 마주보는 방향에 내가 이르렀을 무렵, 하늘에 드리워진 '내벽' 의 측면에 매달린 채로 내 키의 3 배 즈음 되는 검은 갑주와 닮은 형상을 갖춘 거대 기계 병기와 마주하게 되었을 때, 나의 우측 건너편 '천장' 에 매달려 있던 아잘리가 실을 끊고, 흉부 쪽으로 뛰어들려 하였다. 그러면서 아잘리는 오른손에 총포를 대신해 단검을 들었는데, 그 단검으로 병기의 흉부를 찌르려 할 셈이었던 것 같았다.
  그러는 동안, 병기는 흉부의 장치로 에너지를 끌어모으고 있었으니, 그 모습을 보자마자, 나 역시 머리카락 다발을 되돌리고서, 아잘리의 반대 방향에서 병기를 향해 뛰어들며, 왼손에 빛의 기운을 끌어모으기 시작했다. 이후, 병기에게 어느 정도 접근했을 무렵, 왼손에서 빛 기둥을 분출, 흉부에 그 빛 기둥이 닿도록 하였다. 그 흉부에 격돌한 빛 기둥은 이후, 흉부에 모인 에너지와 충돌을 일으켜, 한 번 폭발하기 시작했고, 이후, 아잘리가 몸에 보호막을 생성하고서, 푸른 칼날로 흉부 쪽을 바로 찔렀다.
  그 직후, 병기에게서 폭발이 일어났고, 머지 않아, 폭발이 병기의 전신으로 퍼지더니, 불길에 휩싸인 채, 병기가 사당의 바닥 쪽으로 추락하기 시작했다. 그 사이, 아잘리는 오른손에 칼을 쥔 채로 병기의 몸체에서 물러나고서, 다시 실을 소환해, 하늘의 '천장' 에 매달렸고, 나 역시 급히, 머리카락 다발을 이용해 '천장' 의 왼편에 매달려, 추락을 면했다.
  바닥에 떨어진 병기는 이후, 사당의 바닥에 격돌해, 사당의 반 즈음을 뒤덮을 정도의 폭발을 일으켰다. 다행히도, 카리나, 세나는 병기의 추락을 목도하고서, 미리 뒤로 물러나서 위험을 면하고 있었다.

  그 이후로 괴물의 병기 소환은 중단되었으나, 아잘리는 계속해서 강한 기세를 이어가려 하고 있었다. 나도, 그것에 대해 뭐라 하지 않았으니, 괴물이 또 다른 수단을 강구하고 있을 것임이 분명했기 때문이었다. 나는 '천장' 쪽의 붉은 반점에 주목하고 있었다.

Tu crois que c'est tout ? Il y a quelque chose que je visais !
(그걸로 끝일 것 같나? 내가 원래 노리던 게 있는데 말이지!)

  이후, 아잘리는 실을 끊고, 다시 실을 이어 매달리기를 반복하며, 하늘의 '천장', 그 한 가운데에 이르렀고, 나 역시 그런 그의 모습을 보며, 괴물의 몸체, 하늘의 '천장' 을 머리카락 다발을 이용해 생성하는 밧줄을 통해 이동하면서 아잘리의 곁으로 가려 하였다. 그러는 사이, 아잘리는 실에 매달린 채, 회전하면서 천장의 붉은 반점들을 향해 총포를 쏘고, 소정령이 빛 줄기를 분출하도록 하였다. 총포에서 발사된 칼날 모양의 광탄들이 붉은 반점을 향해 고속으로 날아가고 있었다.
  아잘리의 광탄들이 '천장' 의 붉은 반점들에 타격을 가하는 동안, 나 역시 곡선을 그리는 빛 줄기들이 천장의 붉은 반점들에 닿아, 폭발을 일으키도록 하였다. 그 때에도 아잘리의 광탄 사격은 놀라운 결과를 보여주어, 붉은 반점이 있는 곳마다 광탄들이 박혀서 폭발하는 모습을 보였다.
  '불꽃놀이 참 화려하네.' 아래 쪽에서 들려왔다. 세니아의 목소리였다. 우연히 하늘의 '천장' 에서 반점들이 폭발하는 광경을 보면서 그런 말이 나오게 되었던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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