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서 산 위를 걷고 있었다. 구름이 하늘을 덮고 있기는 했지만 그래도 괜찮으리라는 믿음을 가지고 산길 여행을 계속 하였다. 괜찮으리라는 생각을 하고 있으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걱정을 하고 있었는데, 다행스럽게도 하늘에서 무언가가 내려오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낮은 경우에는 여느 작은 화초 만큼이나 작고, 높은 경우에는 무릎 높이에 이르기도 하는 여러 수풀들을
지나가며 앞으로 나아갔다. 그러는 도중에 어느 수풀에 이삭이 돋아난 모습을 보기도 하고, 손바닥 크기만한 보라색 꽃이 피어나 있는 모습을 보기도 하였다.
그러던 때였다. 갑자기 먼 앞에 있는 하늘을 향해 높이 솟아있는 네모난 탑 비슷한 건물 중 하나로 시선을 향하게 되었다. 상당히 높아보이는 그 탑은 회색을 띠고 있었고 내가 바라보는
방향에 위치한 좌우가 짧고 상하가 긴 직사각형 모양을 띠고 있는 벽면의 윗 부분은 창문으로 이루어져 있었는데, 그 중 가장 높은 곳은 반원을 이루고 있었으며 그 아래는 직사각형과 같은
형태를 갖추고 있었다. 은색을 띠고 있는 창틀 중에서 윗 부분의 창틀은 반원의 중심에서부터 여러 방향으로 나아가는 모양새를 이루고 있었으며 각 창틀이 이루는 각은 그 크기가 서로
일정하였다. 그리고 그 아래의 네모난 부분에 있는 창틀 역시 일정한 간격을 이루고 있어서 여럿의 같은 모양새를 가진 작은 사각형이 큰 사각형 안에 들어있는 듯한 모습을 이루고 있었다.
그러한 건물의 오른편에는 그와 비슷하게 생긴 건물 하나가 세워져 있었다. 많은 면에서 내가 한 동안 바라보고 있던 건물과 비슷했지만 오른편에 위치한 건물의 윗편에 있는 창틀의
모습은 창틀에 끼워진 유리의 수가 적었고 창틀 자체도 많이 부서져 있었다는 점에서 방금 전까지 보고 있던 건물 윗편의 창틀 모습과는 분명히 달랐다. 이들 건물들 건너편에는 또 다른 건물들이
세워져 있었으며 이들 모두는 나의 바로 앞에 서 있는 두 건물들의 모습과 많이 비슷하였다.
두 건물의 사이에는 쇠로 만들어져 있었으며 건물보다 훨씬 낮은 높이를 가진 기둥 하나가 세워져 있었다. 그 기둥의 가장 높은 곳 좌우에는 거대한 장식이 달려 있었는데 그 장식은 S자와
거의 비슷한 모양을 가지고 기둥에서 멀어지는 쪽이 하늘을 향하고 있었다. 각각의 장식 끝에는 하얀 구가 달려 있었는데, 기둥을 꾸미는 역할을 하는 듯 싶어 보였다.
그러한 사물들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다가 잠시 후에 건물의 모습으로 시선을 옮기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건물의 모습을 두고 이상하다는 생각을 가지기 시작하였다. 그러면서 다른 이들이
멀리서는 잘 듣기 어려울 정도로 작은 목소리로 말하였다.
"수상한 건물이야. 여느 존재라면 이 곳과 같은 산에서는 그 누구도 저와 같은 탑을 지으려 하지 않을 텐데, 무슨 건물일까? 한 번 그 곁으로라도 다가가 보아야 하겠어."
그리고 발걸음을 계속 옮겨서 앞으로 나아가려 하였다. 그러다가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고 건물의 모습이 나의 두 눈 앞으로 더욱 크고 분명한 모습을 드러내게 되는 때가 되자. 잠시
앞으로 나아가는 일을 멈추고 고개를 들었다. 그 다음에 그 창문의 모습으로 시선을 향하려 하였다. 창틀 사이에는 유리가 없는 경우도 있었고 유리가 있어도 그들 중 대다수가 깨어져 있었다.
무슨 이유 때문인지는 몰라도 창에 끼워져 있던 유리가 깨어진 듯 싶었다. 그 생각을 마음 속에 두고 있는 채로 발걸음을 옮겨 앞으로 나아갔다.
그리고 잠시 후, 나는 수많은 벽돌로 이루어진 바닥을 걸으면서 주변의 벽돌로 이루어진 바닥부터 둘러보기 시작하였다. 벽돌로 이루어진 바닥 곳곳은 깨어져 있었으며 그 사이로 초록색
풀들이 자라 있었다. 이들 중에는 나의 발에서부터 다리까지의 높이에 이를 정도로 큰 풀도 있었다. 풀은 벽돌이 깨어진 곳에서만 자라지는 않았다. 깨어지지 않은 벽돌의 틈새에서도 작은 풀들이
자라고 있었다. 시선을 옮겨 왼편에 위치한 건물의 모습을 보기 시작하였다. 벽돌로 이루어진 바닥을 걷고 있는 나에게 건물은 자신의 또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이제는 좌우 방향이 비교적
길다란 모습을 보이고 있었으며 좌우의 한 곳 그리고 가운데에 누군가가 들어갈 수 있을 만한 공간이 있었다. 그리고 그 주변과 위에는 수많은 창들이 위치하고 있었으며 이들 중 대다수는 유리가
없거나 창틀 자체가 파괴되어 있었다.
"창문 자체가 부서져 있어. 일부러 그렇게 만들지는 않았을 텐데........"
그러면서 계속 앞으로 나아갔다. 그리고 다른 방향에 있는 건물의 모습도 보았다. 약간의 차이가 있었지만 넓은 건물의 벽면에 위치한 창문과 창틀이 부서져 있었다는 점에 있어서는
방금 전에 보았던 건물과 무척 비슷하였다. 평소에는 본 적이 없는 건물이 이렇게 부서져 있는 모습을 보고 있다가 문득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내가 태어나기 전의 아주 먼 옛날에 그 건물이
지어졌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었다. 그 이후, 나는 잠시 건물 사이에 있는 기둥 사이에 머물렀다. 쉬기 위해서였다. 쉬고 있는 동안 나는 여느 탑만큼 높은 그 건물의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다가 혼자서 물음을 건네었다.
"이 곳에 있는 건물은 본래 어떠한 건물이었을까?"
그러다가 흐린 하늘 사이로 바람이 불기 시작하였을 때 다시 길을 걷기 시작하였다. 그 후 두 건물을 지나고서 그와 다른 건물들 사이에 위치한 수풀길 그리고 그 뒤에 있는 건물이 부서진
흔적의 눈앞으로 모습을 드러내었다. 이를 보면서 곧바로 그 곳의 곁으로 나아간 다음에 그 모습을 가까이에서 자세히 보려 하였다. 본래 2층이고 네모난 모습을 갖추었을 건물이 부서진 흔적의
모습을 잠시 바라보았다. 그러다가 그 왼편을 향해 돌아서서 발걸음을 옮기려 할 때 갑자기 누군가가 내 뒤에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 뒤를 향해 돌아섰다.
나의 바로 뒤에서 회색 벽에 기대며 가만히 앉아있는 어느 할아버지의 모습이 눈앞에 나타났다. 머리카락이 없으며 약간 곱슬한 흰 색의 긴 수염을 기르고 있는 할아버지, 짧은 소매를
가진 남루한 회색 상의와 남루한 긴 바지를 입고 있는 채 앉아있는 할아버지를 보자마자 나는 놀라면서 그 분을 향해 급히 다가간 다음에 밝은 표정을 짓는 모습을 보이며 인사말을 전해 드렸다.
그 후 나는 그 할아버지의 모습을 보면서 그 분께서 이 곳에 있는 건물들에 대해 무언가 알고 계실 듯 하다는 판단을 내리고서 그 분께 여쭈어보았다.
"할아버지, 혹시 여기에 있는 이상한 건물들에 대해 알고 계세요?"
그러자 할아버지께서는 곧바로 고개를 끄덕이시면서 내가 건넨 물음에 대한 대답을 하셨다.
"잘 알고 있다. 모르고 있을 리가 없지. 이제 곧바로 너에게 물건을 전해 줄 테니 주의깊게 보도록 하여라. 그리고 무슨 일이 있어도 빠른 시일 안에 이 곳을 떠나야 한다. 그렇게 해야
그대의 안위는 보장받을 수 있으리라."
그리고 할아버지께서는 아무 말 없이 쥐고 있던 왼손을 들고 오른손을 편 채 앞으로 내밀라는 부탁의 말을 전하신 다음에 내가 오른손을 그 분의 왼손 앞에 내밀자마자 왼손을 조용히
펼치셨다. 그러자마자 그 분의 왼손에서부터 몇 번 접혀진 듯한 종이 한 장이 나의 오른손 손바닥으로 떨어졌다. 이후 할아버지께서는 나의 모습으로 시선을 향하시며 자신이 한 말을 잘 기억하고
있으라는 부탁의 말을 전하셨다.
"알겠어요, 할아버지." 나는 그러한 대답을 그 분께 전해 드리고서 손을 흔들며 인사를 한 다음에 본래 발걸음을 옮기려 하였던 방향을 향해 돌아섰다. 그리고 앞으로 길을 걸어 나아가다가
다시 한 번 돌아서 보았다. 할아버지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나는 할아버지께서 앉아계셨던 곳을 향해 다시 돌아서고서 혼자서 말하였다.
"역시, 유령이었나."
그 후 나는 그 곳을 향해 서 있는 채로 할아버지께 받은 종이를 가만히 펼쳐 본 다음에 두 손으로 그 종이를 들었다. 그다지 크지도, 작지도 않은 그 종이에는 내가 읽을 수 있는 검은
글자들이 쓰여져 있었다.
이 곳은 신의 뜻을 저버린 자들이 살고 있던 곳, 그리고 신의 뜻에 따라 그들에 대한 신의 징벌이 있은 이후에도 남겨진 저주받은 자들을 위한 감옥. 지금 이 세상에서 살고 있는 선량한
존재라면 어둠이 내릴 때에 이 곳에 있으려 해서는 안 될 지어다.
The End